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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일 흐리다 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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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지	2004-04-02 14:20:39, hits : 819

어제부터 골골거리던 신랑이,
아침에 일어나자 하는 말이
"나 오늘 회사 안 나갈까?"
나는 속으로 설마 했다.
한번도 아파서 회사에 안 나간 적이 없으니까.
작년에 수술을 하고 나서도
택시를 타고서라도 기어이 회사에 나갔던 사람이었으니까...
어쨌든 같이 있으니 좋긴 좋다.
약을 사다줄까 하다가,
생강차를 끓여줬는데 좀 차도를 보인다.
밤새 밭은 기침을 내지르는 소리에
나도 잠이 설핏 들어서 많이 피곤했다.
아침을 먹고나서 둘 다 다시 자기로 했다.
자고 일어나니 11시.

신랑은 회사에 안 나간 김에 평일에 해야했던 일을 하기로 한다.
얼마전에 술을 마시다 누군가 신랑의 양복 윗저고리를 훔쳐가
지갑만 빼내가고 옷은 다시 돌아왔는데,
그때 운전면허증을 잃어버려서 운전면허증을 만들기로 했다.
우선 증명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어디서 찍어야 하나...
내가 사는 우장산 역에는 즉석 증명사진 찍는 곳이 없어서,
발산역으로 갔다.
신랑이 사진을 찍는 사이
나는 화훼도매단지를 둘러보았다.
들꽃을 파는 가게에 들어갔는데,
웬만한 꽃들은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나인데,
처음 보는 꽃들이 많았다.
주인아줌마에게 물어보니
일본자생종이 많아서 그런 거였다.
주인 부부가 몇 십년 동안 집안에서 길러오던 것들인데,
지난 해부터 장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꽃들은 사랑을 받은 티가 팍팍 난다.
내가 망설이며 사진 좀 찍을 수 있냐고 물어보니까
아줌마는 흔쾌히 허락하면서
물어보고 싶은 것 있으면
무엇이든 허물없이 물어보라고 한다.
그 친절함에 나는 그만 감동하고 말았다.
꽃들이 다치지 않게 조심조심 사진을 찍고,
아줌마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가게를 나왔다.
화분을 몇 개 사오고 싶었지만,
집에 더 이상 화분을 놓을 만한 자리도 없고,
사실 주머니에 돈도 없었다.

내가 사진을 찍는 동안 증명사진을 찍어온 신랑과
강서운전면허 시험장에 가서 면허증을 재발급받았다.
신랑은 2종 면허였는데, 10년 무사고 운전이라며,
1종으로 바꿔주었다.
그러느라고 시간이 한 시간 정도 지체되었지만 말이다.

저녁 7시 30분에 여의도에 있는 KBS홀에서
"내일의 명인전"이 있었다.
6시 반에 도착해서 미리 표를 받고 저녁을 먹으러
근처에 있는 식당에 들어갔다.
신랑은 순두부를 먹고, 나는 칼국수를 먹었다.
칼국수에 들어있는 조개를 먹고 조개 껍질을
냅킨 위에 모아놨다가,
다 먹고 난 후 빈 접시 위에 담아놓았는데,
나이 지긋하신 주인할아버지께서
"저렇게 얌전한 처자는 3년에 한 번 볼까말까?"
라며 나보고 집안 교육을 잘 받았다고 칭잔을 해주신다.
"원래는 다 아가씨처럼 해야 하는데, 요즘엔 통 볼 수가 없어. 우리 가게에 하루에 손님이 60명쯤 드나드는데, 아무도 못봤어. 평범한 게, 특별해 보이는 세상이 되었으니 원.." 하면서 요즘 세태를 한탄하신다.
칭찬을 받으니 기분을 좋았지만, 요즘에 나같은 사람이 그렇게 드문가 하는 생각을 하니 참 이상했다.

기분 좋게 저녁을먹고,
공연을 보러 들어갔다.
무료 공연인데 출연진이 아주 빵빵했다.
안숙선 명창, 공명, 슬기둥....
그리고 내일의 명인이 될 네 명의 경연자들...
비가 오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여의도까지 외출을 한 건
물론 공명과 슬기등 때문이었지만..
공연은 너무 좋았고,
내가 제일 잘 했다고 생각한 아쟁연주자가 대상을 받았다.
신랑은 자기는 네 명 중 누가 잘 했는지 모르겠다며,
나보고 절대음감이라고 한다.
이래저래 오늘은 기분 좋은 사람도 많나고,
좋은 공연도 본 날이었다.

신랑만 빨리 나으면 되는데....
오늘 하루 참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