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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달 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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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지	2004-04-07 22:42:09, hits : 677

지난 주말에 시부모님과 함께 경북 예천에 다녀왔다.

예천은 돌아가신 시어머님의 산소가 있는 곳이다.

4월 5일이 한식이어서 성묘도 할 겸

근처에 있는 안동에 볼 일이 있어서였다.

시아버님은 재작년에 칠순을 넘기셨는데,

올해가 윤년이어서 수의를 맞추기로 했다.

안동의 삼베가 좋다고 해서

안동에서 아는 사람에게 부탁하여 좋은 삼베를 구했다.

아버님께서는 아직도 매우 정정하시지만

더 건강하게 오래 사시라는 의미로 수의를 마련하기로 했다.

겸사겸사 안동 하회마을도 구경하고,
시어머님과 함께 근처 밭에서 냉이도 캐고 쑥도 뜯어왔다.

이것저것 하느라고 밤 열두시가 조금 넘어서야 분당에 있는 시댁에 도착했다.

완전히 손질이 덜 된 수의라 욕조에 수의를 담가놓고,

옥시크린을 풀고 잠을 청했다.

이번에 새로 알게 된 것인데, 삼베를 짜는데 된장이 들어갔다.

왜 들어가는지 이유를 묻지 못해 궁금하다.

잠을 자고 일어나 밤새 욕조에 담가두었던 삼베를 빨았다.

6년 전에 미리 사두었던 삼베가 있어서 이번에는 두 필 반만 샀는데,

베 손질하는 일이 장난이 아니었다.

두 필 반이면, 300m다.

된장물과 세제가 빠지라고 손으로 일일이 주물러 빨기를 여러번 했더니

팔뚝이 마비될 지경이었다. 지금도 팔이 욱신거린다.

그래도 힘들어하면 시아버님께서 민망해 하실까봐

내색하지 않고 쉼없이 일을 하려니 조금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열심히 삼베를 빨고 있자니

고등학교 때 돌아가신 내 친정아버지 생각이 났다.

(시어머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너희들 4남매(신랑이 2남 2녀이다.) 형편이 어려운 것도 아니고
다들 그럭저럭 사니까 최고급은 아니라도 어느 정도 좋은 걸로 하자고
..그래서 다들 어머님의 의견을 따라 좋은 삼베로 했는데,)

자꾸 친정아버지가 눈에 밟혔다.

내 친정은 형편이 그리 넉넉하지 못하다. 아니 좋지 않다.

보나마나 좋은 삼베로 했을 리가 없다.

비록 땅 속에 누워 계시지만,

언제까지가 될지는 몰라도 아주 오랜 동안 입고 계실 건데,

좋지 않은 합성섬유로 된 옷을 입고 계실거라 생각하니 자꾸 가슴이 메인다.

그래서 나이 드신 분들이 왜 그렇게 수의에 연연해하는 지

조금 알 것 같다.

평생 동안 좋은 옷 한 벌 제대로 입어보지 못하고 돌아가신

아버지가 자꾸 생각난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살아계신 친정어머니에게 잘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