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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수 -양파를 까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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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07-23 23:10:26, hits : 1142

양파를 까다가

스르륵
붉고 하늘하늘한 옷을 벗기다
창문에 숨어든 달빛에게 들켜
초야의 수줍었던
어느 여인의 살결
희맑은 가슴이 눈부시고
아랫도리로 파름한 정맥이 비친다

그녀의 속을 파헤칠 때마다
절로 눈물이 흐른다
여러 겹 징한 세월 속
안으로 안으로 깊이 스며 들어
내 영혼을 정화시켜 주었던
아리디아린 천사의 향기

이제라도 내 가슴에
뜨거운 불을 지펴
살랑살랑 어루만져 준다면
그 매운 마음
달콤하게 녹여질까

- 한승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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