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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대구 - 또랑집 주인
Name  
     2018-05-27 21:11:19,   hits : 114 
          또랑집 주인


퇴근길에
이 골목 저 골목을 빠져나온 술꾼들이
시궁창에 시궁물이 흐르듯
또랑으로 몰리어 들어온다.
고추 가루를 풀어 넣고
맹물을 부글부글 끓여서
그들의 컬컬한 목구멍으로
부셔 넣는다.
씻기고 가라앉는 욕지거리와
다시 솟구치는 분노와
울분과 짜증들이
어느 때는 뜨거운 눈물이 되어
죽은 조기 새끼 한 마리를 꺼내 놓고 곡을 한다.
폭, 폭, 폭 살아 있는 놈처럼
김을 토해 내며
먹어 줘서 고맙다는 듯 조기 새끼가
얌전히 먹히고 있다.
그 옆에서 주인이 웃는다.
  
여기서는 누가 주인이 아니고
누가 주인인가
또랑집으로 몰리는 술꾼들은
몽땅 주인이고 몽딸 주인이 아니다
또랑집 주인 녀석만이
그것을 안다.
아니 이모 고모 삼촌까지
또랑집에서 빈대떡을 붙이거나
술을 나르는 친구들까지도
그것을 안다.
알면서도 그들은 말없이
맷돌을 돌려서 갈아서
빈대떡을 붙이듯
말 많은 이 세상을 붙여 버린다.
또랑집에서는
누가 시인이고 누가 시인이 아닌지 모른다.
누가 친구고 누가 일급의 술꾼인지 모른다.
또랑집 주인은 나의 친구
그는 과도한 나의 술주정을 받다가 손을 다쳤다.
지금쯤 그 손의 상처는 다 나았는지
아무 때고 붕대를 푸는 날엔
또랑을 더 깊게 차고 앉아서
나와 나의 친구들을 위하여
일급의 시를 쓸 거야
또랑에 모이는 언어를 썩혀서 걸러서
녀석은 일급의 시인이니까.


                   정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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