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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숙 - 느티나무 그늘, 내 마음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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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1-21 09:22:12, hits : 3077
느티나무 그늘, 내 마음의 정원
바람 한 잎 소슬히 햇살 두드리는 오후
쓸쓸한 화초 몇 분(盆)에 물을 주다
지난 해 여름
키 작은 소사 한 그루 가슴에 안고 와
햇살 한줌 섞은 환한 마음까지 건네준
정겨운 이름 살포시 만지네
작은 느티나무 소사 한참을 바라보다
이렇게 물을 주고 들여다보며 정을 심어
내 마음의 정원에 자라고 피어나는 화초며 나무들
때로 시들고 아파하고 죽어가기도 하는 이름들 더듬네
내 마음의 정원에 뿌리내리어
한 방울의 눈물로 움트거나 시들기도 하는 줄기며 잎새들
피어나고 잦아들고 혹은 채워지거나 서걱이는 이름, 기억들
크고도 깊은 느티나무 그늘 지닌
마음의 정원(庭園) 가꾸고 싶네
시린 달빛도 깃들이고
마른기침 창백한 울음도 누울 수 있는
고요한 느티나무 그늘 아래
빗겨간 바람의 상처도 조용히 아물어 가며
푸근푸근 마음 안겨올 수 있는
노을 닮은 넉넉한 그늘 꿈꾸지만
느티나무 그늘 내 마음의 정원 저만큼 아련하고
물기 마른 황폐한 골짜기
가파른 마음의 경사(傾斜)가 아프네
작고 낮은 소사 한 그루의 그늘도 지니지 못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