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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엽 - 시인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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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2-08 09:14:10, hits : 2719
시인되기
애비가 자식을 닮아야 하듯
시인은 시를 닮아야 한다.
하룻밤 욕정으로 자식 놓고 의연히들 사는 사람아
하룻저녁 술잔으로 시를 내갈긴 시인들아
애비보다 잘난 자식을 닮아라.
시인보다 잘난 시를 닮아라.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생명에 외경심을 갖아라.
내가 저질렀다하여 생명까지 주었다는 건 성급한 오류.
새로운 생명에 우리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
자식을 보고 사람이 되어야 하듯
시를 보고 우리는 시인이 되어야 한다.
자식을 얻었다고 애비가 되는 것이 아니다.
시를 썼다고 시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자식을 존중해야 한다.
시를 두려워 해야 한다.
우리가 시인이라 자처한다면
순수를 걱정해야 한다. 정녕.
생명에 순종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