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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진 - 풍년일 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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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9-15 06:53:55, hits : 2503
풍년일 게야
보스락 보스락,
사랑채 농부의 손에서 지푸라기가 춤을 춘다
한 타래, 두 타래...
쌓여 가는 새끼타래 뭉치에
春雪은 어느새 초동의 발목을 잡고
정강이마저 옭아매려 한다
무거운 등짐도 잊은 채
꿰차 신은 쑥 색의 농구화로
푹석푹석 도둑놈 발자국을 찍으며 달아나다가
눈 속에 잠복한 얼음뿌리에 들통나 고꾸라지고 만다
보리밭이랑 사이로 눈을 뚫고 나온
파란 싹의 깔깔거리는 소리에
사랑채를 나온 농부는 허리를 펴고,
`됫박눈이 저리도 오니 올게는 풍년일 게야...`
저녁상을 물린 초가의 사랑채엔
호롱불에 다정한 그림자들이
밤이 깊어 가는 줄 모르고 춤을 추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