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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관희 - 사무직이 생산직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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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2-13 08:41:40, hits : 2687
사무직이 생산직에게
그대가 온몸에 기름땀 덮어쓰고 일할 때
나는 하얀 와이샤쓰에 넥타이를 메고 일하지만
그대가 기계와 공기구에 온몸의 근육을 모으고 있을 때
나는 서류뭉치와 계산기에 온몸의 신경을 모으지만
그대와 나는 똑같이 가진 것 없는 임금노동자
그대가 팔뚝을 걷어부치고 생산적일 때
나 또한 머리를 쥐어짜며 생산적이다
그대의 근육질 노동과 나의 두뇌질 노동이 만나지 않으면
밥그릇 하나 숟가락 하나 제대로 만들 수 없는
그대와 나는 따로 돌아가지만 언제나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 노동형제
공룡 같은 자본의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바른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동의 억센 공기구와 날카로운 볼펜으로 일어서는
그대와 나는 조금도 다름없는 임금노동자
그대와 내가 어쩌다 서로를 노려보는 일이 있을지라도
그대와 나는 자본가의 욕망 앞에서 튼튼한 한몸이다
불덩이 가슴으로 떨쳐 일어서는
곁눈질하지 않는 한 묶음의 힘찬 동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