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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을 조금 더 올라가자
한 세상 완만히 돌아가는 물살의 여유가 아득하니 보였다
제 모습 비쳐보던 강변 미루나무의 푸르른 날을
빠른 물살들이 때로 에둘러 돌려주기도 했고
이젠 그것마저 다 흐려져갔다고 많은 세월을 생각해왔다
쌓여가는 세월에 반해서
점점 빈 손이 되어간다고 끝까지 남아 지켜줄 건
추위 지독한 그리움뿐일거라고 언젠가 가르쳐 줄 땐
세상에 이렇게 아픈 것이 있는 줄 몰랐다
그리움이 너울지는 시간의 앙상한 뼈임을 알기까지
밤의 수많은 통로를 힘겹게 빠져나왔으나
그리 오래 걸렸다고 느껴지진 않는다
다만 결 틀려진 바람처럼 이 자리에
떼로 들이닥치는 세월이 안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한 순간 빠져드는 것이다
일제히 비상하는 철새들 속에 하늘 잠깐 펄럭이더니
청호반새 깃털 몇 잎 떨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