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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선 - 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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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6-23 11:17:58, hits : 2907
돌담
어깨를 보듬자
이웃이란 풀덤불 속에서
담쟁이 넝쿨처럼 질긴 연줄로
바람을 막고
당당히 서자.
우린 우리의 머리에
깨진 유리조각을 꼽지 말자.
날카로운 철조망으로
가슴을 쑤시지 말자.
보퉁이 싸들고 대처(大處)로 내 뛰다가도
멈춰서 돌아다보고
콧물 눈물 묻혀 놓은
철없던 자식놈들을 기억하며
먼저 왔으니
먼저 가야지
상여에 실려 동네를 빠져나가다
아쉬워서 떨궈 놓은
김 서방의 종이꽃도 기억하며
터진 손으로
한 귀퉁이 허물어
쌓여진 돌담을 더 낮추자
그 자리엔
죽어 나간 자와 살아 남은 자의
소식만 첩첩이 쌓아 놓고
당당히 서서 기다리자.
누군가 우리들 너머로 고개를 내밀고
우리의 이름을 불러 줄 때 까지.
- 고정선 -
이 세상에는 많은 담이 있습니다.
조그마한 돌담에서 부터 휴전선의 철책선까지..
하지만... 마음안의 답보다 높은건 없습니다.
즐거운 일요일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