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붐비는 지하철에서는 남자도 여자도 없다
오직 목적지까지 간다는 신념 하나로
인간이 인간이기를 포기하며 탄 지하철
인구가 과밀한 지역에서
인간이 인간 대접을 받는 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목적지에 다 와서 출구로 나왔지만
여전히 어깨 다툼을 하며 길을 걷기는 마찬가지다
그 와중에 어떤 사람들은 왜 밀치냐며 싸우기도 하고
인상을 찌푸린 채 걷기도 한다
그처럼 사람이 사람을 이해하기란 어려운 일이기에
인간 관계에서 다툼과 불화는
반사신경처럼 자연스레 일어난다
여러 사람이 모인 모임에 가서
정작 힘든 건 육체적 피로가 아닌
사람들의 시선이고 그에 대처하기 위한 정신적 피로
즉 시선의 감옥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 나는 그것에 대한 해답을 찾았다
지하철에서 나와 목적지로 가던 중
어떤 걸인이 길 한 모퉁이에서 쓰레기통을 뒤지며
먹을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누가 먹다 버린 박카스 병을 마치 보물을 찾았다는 얼굴로
쓰레기통에서 꺼내며 떨어지는 몇방울을 마시는 모습
나는 얼른 슈퍼에 가서 음료수를 하나 사서
그 걸인의 시선을 피해 몰래 옆에 놓아 두었다
아마 그 걸인은 그 음료수 한 병에 행복했으리라
편하게 생각하면
음료수 대신 돈을 줄 수도 있었으나
그에게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닌 음료수였던 것이다
우리는 큰 마음을 먹고 비싼 선물을 주지만
정작 받는 사람은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그것이 사랑이 없는 선물이었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필요한 것을 안다는 것은
관심이자 사랑이다
부대끼면 혼자 있고 싶고
혼자 있으면 부대끼고 싶은 것이
인간의 습성이다
사람이 사람을 떠나 살 수는 없는 것이다
사람과의 관계를 더 이해하기 위해
나는 오늘도 누군가를
더 많이 이해하고
더 많이 사랑 하러 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