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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엽 - 교단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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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19 09:20:30, hits : 2986
교단일지
여기는 형광등 불빛 내리는 빈 교무실.
나는 야간 자율학습을 감독하고 있다.
교실에 앉은 아이들은 공부한답시고 떠들거나 숙제하거나
잠들어 있다.
아침부터 저렇게들.
나는 무슨 명목으로 젊은 놈들을 붙들어 두고 있는가.
교육은 부재.
대통령이 부재인데 교육은 무슨 교육.
애들이 밖에 나가면 사고 치니까 그냥 붙드는게 최고라나.
정책마저 부재.
고등학교땐 애들을 가두어 두는게 최상이란다.
졸업한 뒤면 우리 책임은 아니니까.
그 때까지만이라도 붙들어 두는게 최고란다.
아까운 젊음을 일단은 묶어두잔다.
과연 최선일까.
20세기의 逆說이다.
우리의 머리로는 더 이상 어찌할 수 없는 진퇴양난의 좌충수이다.
밖에는 꽃이 피고 눈물이 내리는데.
밖에는 더 큰 교실에 위대한 스승이 있는데.
우리는 교사 자격증 하나로 스승이라 자처한다.
그리하여 나는 이밤도
회초리 하나 뒷짐진 채 권위를 지키고 있는 것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