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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하 - 여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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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02 08:28:58, hits : 2651
여름강
속이려고 하지 마 여름 강가에 가면 보인다.
매우 강한 척하지만 약한 자들이 야밤에 거리에서 꽥꽥
소리를 지르듯이 예민한 자들이란
스스로 자신의 뇌를 향해 서리 죽여 강물을 들이민다
일찍이 저렇게 무서운 고요를 본적이 없다
여름밤 불타는 산 몇 개 어둠과 강물을 이리저리 섞고
기차는 기다림에 지친 가장 적요한 불빛 하나를
온 밤에 통과해 실어 나른다
감추려고 하지 마, 사실 여름강은 얼마나 많은 미증유의 사건들을
꾸역꾸역 삼키며 흘러가는가
지금 눈물겹지 않은 자들은 저 강물을 얼마나 많은 고통을
스스로 헹구면서 흘러가는지 보아라
여름 강가에 서면 여리고 작은 물방울이 얼마나 강한 것인가를
이 강은 쉬지 않는 흐름으로써 둔덕의 풀꽃들을 피워 올리고
그 작은 물의 빛깔들이 어느 날
사람의 마음을 보여줄 한 개의 거울을 선사하는지
그대는 아는가
척하지 마라, 여럿일 땐 고함치고 홀로일 땐 엄두도 못 내는 길을
강물은 흥미롭게 돌들과 부딪치며 나무와 새와 어울리며
더러워진 사람들 곁에서 침통하게 구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