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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 진눈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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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rineBlue	2003-12-06 11:24:13, hits : 3187

천하고 가벼운 목숨이라도

마지막은 항상

서해를 물들이는 저녁놀처럼 장엄하다

먼바다를 건너와

나룻배의 고물 끝에서

부서져버리는 진눈깨비를 보라

하늘에서 몸을 받았다가

지상에 닿는 순간

스스로 이름을 지워버린

그 짧은 여백이 있어

평생 음지를 살다 간 사람들의

눈동자도 쓸쓸하지 않고

우리의 이마에 주름살 느는 것도

그리 억울한 일만은 아니니

발자국 하나 남기지 않고

흘러가는 간결한 보법을 보라

높은 산맥을 맨발로 넘어와

바늘잎 위에서

얼어붙은 성엣장 위에서

모든 살점을 덜어주는

장엄한 착지

한줄 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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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하나

정호승씨 좋아하나 봐요?

2003/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