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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 거울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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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리	2003-10-11 03:19:09, hits : 658

오늘도 어둠 속에 혼자 서 있다.

옆에는 날 비추는 작은 거울뿐.

날 멍하니 바라보면서, 마치 손 뻗으면 닿을 듯이 찰랑댄다.

근데 내가 가만히 있으면 저도 움직이지 못한다.

저런 바보같은 놈이 다 있나..

스스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멍청이 같으니라고.

근데 생각해보니, 저거 하는 짓이 꼭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참 묘하다.

나도 결국은, 혼자가 아닌 누군가가 있어야 존재할 수 있는 거울같은 녀석이 아닌가.

1년 전에도 그랬었다.

난 존재하되 그 자리에 없는 놈이었고, 다른 사람들의 존재에 빗대 자신만을 비출 뿐이었다.

마음의 거울..

내 마음 속에 존재했던 잔잔한 수면.

거기에 비친 사람은 과연 누구였을까.

난 알고 있다.

투명한 호수에 비친 자신의 모습.

손을 대면 출렁이며 제 모양도 찾지 못한다.

기껏 안정되었다 싶어도, 다시 손을 대면 없어질까 두려워 가만히 있는 손가락.

그 물 속에 빠져보고 싶나.

그저, 그 속에 들어가서 나올 마음도 없지 않나.

하지만 가만히 있으면, 어느 새 다른 거울에 빗대어 다른 사람을 찾는다.

난,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어둠 속의 잔영일 뿐이니까.

내 방의 저 거울을 볼 때마다, 뭔가가 쓸쓸해진다.

내 마음 속 거울이 산산조각나서..

한 귀퉁이를 누가 주워간 것처럼 허전하다.

다시 돌려달라고 애원해 볼까, 그 조각.

그래서 조각마다 다시 연결해서 붙여볼까, 내 거울.

하지만 그 거울 사이로는

내 갈라진 얼굴만 가득히.

채워지지 않을 틈을, 언제까지고 바라보고 있어야 하나...

오늘은 보름달이 떴더군요.

그 옆에는 별도 몇 개 보이고...

예전엔 별이 참 많아서 아는 사람들 이름을 다 붙여주곤 했는데, 지금은 고작 3개 정도의 별밖에 보이질 않으니 누굴 써야 할 지 생각해야겠군요.

그래도 '일단 하나는 내 꺼'라고 하는 걸 보면, 전 참 욕심이 많은가 봅니다(원래 많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