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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초선 - 줄서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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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3-29 08:30:53, hits : 32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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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서 기
그랬다, 그날 나는 완행열차 표를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선 사람들 틈에서
서둘러 급행열차 표를 샀다
단 일분이라도 먼저 도착하기 위해서
아니, 계산된 시간의 소모를
내 삶 속에서 분명한 빼기를 해놓기 위해서
재빠르게 열차에 몸을 담았다.
밑그림도 없는 유년의 그림 몇 점 지나가고
가볍게 덧칠하는 플라타너스 잎새 사이 반짝,
햇살 몇 올 빌딩 숲을 어스렁 거리다가
정오와 하오 사이로 걸어든다
가을걷이 끝낸 들판 허허로이 홀로 서 있는 허수아비
그 곁을 무심코 지나가는 기차의 레일 밑으로
윤기 없는 여자의 머리카락이 자꾸만 엉겨붙고
웅성거리는 군중들 속을 헐떡거리는 해진 신발짝이
시꺼먼 소음처럼 일어서는 유리창에는
낯 선 여자 하나 터진 세월의 실밥을 쥐어뜯으며
벌겋게 부어오르는 손톱 밑으로 손톱가시 부풀리고 있었다.
기차는 간이역을, 초가집 듬성이는 마을길을 지나
어두운 지하터널을 뚫는다.
가끔씩 덜컹거리는 삶을 조율하면서
지리한 어깨를 들썩이는 먼지도 털어 가면서
움크리고 앉은 산의 침묵을 깨트리며
숲길을 달린다.
가까이 나무들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가장 먼저 물들었던 붉고 노란 잎사귀들을
차례 차례로 떨어뜨리고 있었다.
수북히 쌓여 가는 시간의 부재를 빠져 나온
나무 한 그루
길 위의 길도, 길 아래 길이라며
삶이란 결코 서두르는게 아니라며
완행열차 표를 사기 위해 길게 줄은 선 사람들처럼
천천히 돌아보며 살펴 갈 길이라며
오랜 스승처럼 친절하게 가르치고
기차는 가을살 깊숙이...
- 강 초 선 -
.......................................................................................
줄 서 기
그랬다, 그날 나는 완행열차 표를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선 사람들 틈에서
서둘러 급행열차 표를 샀다
단 일분이라도 먼저 도착하기 위해서
아니, 계산된 시간의 소모를
내 삶 속에서 분명한 빼기를 해놓기 위해서
재빠르게 열차에 몸을 담았다.
밑그림도 없는 유년의 그림 몇 점 지나가고
가볍게 덧칠하는 플라타너스 잎새 사이 반짝,
햇살 몇 올 빌딩 숲을 어스렁 거리다가
정오와 하오 사이로 걸어든다
가을걷이 끝낸 들판 허허로이 홀로 서 있는 허수아비
그 곁을 무심코 지나가는 기차의 레일 밑으로
윤기 없는 여자의 머리카락이 자꾸만 엉겨붙고
웅성거리는 군중들 속을 헐떡거리는 해진 신발짝이
시꺼먼 소음처럼 일어서는 유리창에는
낯 선 여자 하나 터진 세월의 실밥을 쥐어뜯으며
벌겋게 부어오르는 손톱 밑으로 손톱가시 부풀리고 있었다.
기차는 간이역을, 초가집 듬성이는 마을길을 지나
어두운 지하터널을 뚫는다.
가끔씩 덜컹거리는 삶을 조율하면서
지리한 어깨를 들썩이는 먼지도 털어 가면서
움크리고 앉은 산의 침묵을 깨트리며
숲길을 달린다.
가까이 나무들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가장 먼저 물들었던 붉고 노란 잎사귀들을
차례 차례로 떨어뜨리고 있었다.
수북히 쌓여 가는 시간의 부재를 빠져 나온
나무 한 그루
길 위의 길도, 길 아래 길이라며
삶이란 결코 서두르는게 아니라며
완행열차 표를 사기 위해 길게 줄은 선 사람들처럼
천천히 돌아보며 살펴 갈 길이라며
오랜 스승처럼 친절하게 가르치고
기차는 가을살 깊숙이...
- 강 초 선 -
....................................
인생은 줄서기... 오늘도 각각 다른이름의 줄서기를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결과에만 집착하는 그런 줄서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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