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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나희덕 - 사흘만
Name  
     2015-02-08 10:13:31,   hits : 459 
                   사흘만


양쪽 무릎 뒤 연한 주름살 속에
내 귀가 달렸으면
그래서 귀뚜라미가 날개를 부벼서 내는
저 노래를 들을 수 있었으면
귀뚜라미를 들을 수 있었으면

꽃들을 맴돌며 절박하게 잉잉거리는
저 벌떼의 기도를 들을 수 있었으면
주문도 기도도 끌어올릴 수 없는 내 마음에
그 소리라도 들어왔으면

노래도 사랑도 낙과처럼 저문 가을날
과수원에 떨어진 사과 한 알을 들고
산누에나방처럼
두껍고 단단한 고치를 틀고 앉아
한 사흘만 지낼 수 있었으면

그 사흘의 어둠을
인간계의 삼십 년과 바꿀 수 있었으면
배 고프면 잘 익은 쪽부터 사과를 베어 먹고
그렇게 사흘만 인간의 소리를 듣지 않을 수 있었으면
내 귀가 내 귀가 아니었으면


                                            - 나희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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